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19일째 _ 상크2
상크에서의 둘째날은 늦잠으로 시작했다.
어제 세시까지 나이트보트 관광을 하고 차가운 바닷바람까지 쐬고 들어와서인지
감기 기운까지 있었다.
그러나 계속 누워있을수는 없었다.
이 엄청난 도시에 와서 누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더우기 오늘은 일요일 성당에 가고 싶었다.
여행 내내 모스크바의 작은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기도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미사를 드린적이 없다.
어제 렙스키 대로의 카잔 성당과 피의 구세주 성당을 돌아다니 던 중
가톨릭 교회도 발견했고 미사 시간도 알아두었다. 낮 12시 미사가 있다.
간편하고 되도록 깔끔한 복장으로 나와 램을 타고 성당에 갔다.
성당은 넵스키대로변, 피의 구세주 성당에 가기 전에 있다.
미사 시간보다 20여분 전에 성당에 들어갔더니 안내하시는 분들도 있고
인도차이나에서 오신 분들 (아마도 베트남 분들인듯)도 많이 계시고
고해성사를 드리는 분들도 있고 참 많은 분들이 계셨다.
한국인은 한 댓분이 계신것 같은데 굳이 아는 체는 하지 않았다.
미사가 시작되고, 가톨릭은 참 편하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던지 똑같은 전례 방법으로 미사를 봉헌한다.
가톨릭이라는 말 자체가 보편적, 일체성을 의미한다.
스마트 폰에 있는 매일미사를 영어판으로 구동시키니 모든 걸 그 영어판과 똑같이 신부님은 미사를 집전한다.
영어 성경도 읽으며 봉헌, 영성체도 모셨다.
그 동안 봉헌하지 못한 것까지 해서 꽤 많이 봉헌 함에 넣었다.
그 봉헌금으로 제3세계 신자들, 특히 상크까지 와서 미사를 드리는 인도차이나 신자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됬으면..
또 드물게도 현지의 청소년들이 영어로 가톨릭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미사가 끝나고 약 1키로 정도 떨어져있는 에르미따쥬 미술관을 향해 걸어갔다.
어제 파악한 에르미따쥬 광장에서 입장권을 끊으려하는데 아차, 엄청난 인파, 주로 중국인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다.
구불구불 족히 몇백미터는 서있었다.
여기에서 꼭 그 유명한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보고 싶었다.
이건 모스크바의 바실리 성당 처럼 포기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상크의 존재 이유가 지정학적 위치, 그 깟 건물들의 고풍스러움 때문에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에르미따쥬 미술관 하나만으로도 모스크바보다 더 엄청난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난 미술학도는 아니지만 문화 예술의 가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각국에 꿇리지 않는 문화 예술이 볼쇼이 발레단도 있지만
이 에르미따쥬에 보관되어 있는 램브란트, 루벤스등의 명작이리라.
족히 30여분이 넘게 고통스럽게 줄을 섰다.
난 도대체가 이 불합리함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유여행가나 팩키지나 이렇게 줄을 서야만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어이가 없었다. 나와 같은 자유여행자들은 그렇다 치더래도 팩키지 여행하는 사람들의 경우,
도대체가 가이드가 머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분명 예약이나 인터넷 티켓팅등이 있을텐데...단체의 경우 왜 그걸 이용하지 않아 개인 방문자들까지
긴 줄을 서야 하는지...
(이후에 입장을 하다보니, 인터넷 예약의 경우 입장권을 출력하는 곳이 따로 존재했다.
즉, 굳이 줄을 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르미따쥬 미술관에 입장을 하면서 오디오 가이드 북을 구매하였다.
입장료가 800루블인데 오디오 가이드가 500루블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샀는데...오 대박, 엄청났고 500루블 따위의 가치 그 이상이었다.
세상에 김성주, 손숙님등이 그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각 종 작품의 옆에 붙어있는 숫자를 입력하면 거의 모든 유명한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로 친절하게 해준다.
내용과 의미까지 매우 디테일하다.
이건 최고였다.
정신 없었다.
엄청 났다.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뿐 아니라 더 엄청난 작품들도 만났다.
(이 에르미따쥬의 감동을 이번 챕터에 담기보다 에르미따쥬 미술관이란 챕터를 따로 만들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갑자기 다리가 풀리고 정신이 없어서 가까운 벤치에 주저 앉으니 시간이 벌써 5시가 다되었다.
미술관은 오전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개방을 했다.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며 나갈 준비를 했고, 안내 방송으로 나가야 할 시간을 알리는 것 같다.
영어로도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한시 즈음 입장해서 지금까지 네시간 가까이 한번 앉아있지도 못하고
그림을 보러 돌아다녔던 것이다.
음료수, 음식도 취식안했던 것이다.
그러니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미술관 밖으로 나와서 저녁을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민했다.
내 영혼에 풍성한 만족을 주었던 만족스러운 미술관 투어였기 때문에
내 입도 풍성하고 즐겁게 채우고 싶었다.
돌아온 탕자 한 작품만 봐도 러시아 - 한국의 왕복 비행기 값 이상의 감동을
느낀다고 했는데 내가 오늘 느낀 감동은 그보다 수백배였다.
그래서 오늘 만큼은 제대로 정찬을 즐기고 싶었다.
러사모 까페를 조회해보니
CHUCK 스테이크 집이 괜찮아보였다.
ㅎ 미국식, 엄청 큰 스테이크 하나에 만이천원 정도 하는데 맛있었다.
스테이크 잘 구워주었고, 맥주도 맛있다.
그저 우리나라 호프집 같았는데 엄청 사람 많고 음식 가성비 짱이다.
거의 다 먹었을즈음 내 옆으로 젊은 한국 여성 두분이 왔다.
사실 저녁에는 담배연기도 자욱하고, 엄청난 덩치의 러시아인들이 시끄럽게 맥주 마시는 곳이라서
남자인 나도 조금 무섭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녀들은 겁 먹은 표정으로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고 있었고 영어도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지
번역기를 들고 한국말을 러시아어로 바꾸려 노력하였다.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사람이세요? 그녀들은 매우 반가워했다.
그녀들도 여기가 맛집이라해서 들렸다했다.
난 거의 먹었으므로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맛있다. 그리고 가격대비 너무 훌륭하다. 맥주맛도 훌륭하고...
그녀들이 무엇이 맛있겠냐고 물어봐서 내가 먹은 등심 스테이크 하나와 조금 저렴한 안창살 스테이크 두개를 시켜
둘이 나눠먹으라고 조언을 해줬다.
맥주는 내가 먹은 흑맥주가 괜찮을 것 같다고 추천했다.
외국에서 주문하는 것은 무척 간단하다.
메뉴판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디스원 하기만 하면 된다.
별거 아닌 친절에 그녀들이 마음을 연다.
자신들은 2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어려서부터 친구라고 했다.
여름 휴가를 내고 비행기 타고 직항으로 상크인 상크 아웃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4성급 호텔로 아마 예산이 3박5일로 족히 300만원 씩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을 보러 왔냐니까 인생 사진을 남기러 왔다고 한다. ㅎ
머 그건 개인적 취향이니까.
내 경험으로 상크 4대 성당투어와 에르미따쥬를 추천해주었다.
그녀들이 여행을 즐기기를 기원하며 헤어졌다.
생각보다 저녁 시간으로 많이 늦어진것 같다.
저녁 8시가 다되었는데도 밖이 많이 어둡지는 않다.
어제는 나이트보트 투어로 많이 늦었지만 오늘은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일요일 저녁이니까...
호스텔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려, 각종 과일도 좀 사가지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