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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누군가의 흔들어 깨우는 동작에 비로서 일어났다.
약 8시간 이상을 깊은 잠에 빠졌던 것이다.
나를 깨운 사람은 이제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 아빠와 상크페테부르크로 여행하는
19세의 어린 소녀였다.
아버지는 나보다 열살 가까이 어린... ㅎ
하얀 린넨 시트를 뒤집어 쓰고 까치집의 졸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작은 집을 흔들며 내려야 할 때임을 바디랭귀지로 알려준다.
감사를 표하고 일층으로 내려와 짐을 챙겼다.
간단한 귀중품등이 들어있는 전대외에는 큰 배낭에 넣고 1층 침대 및의 락커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금새 하차 준비를 마치고 그들과 함께 자리했다.
나에게 따뜻한 홍차를 한잔 건네준다.
달지 않으면서 기분 좋은 홍차 향이 상쾌한 아침을 이끈다.
아침 9시 즈음으로 날씨는 매우 쌀쌀한 것 같다.
그래도 매우 쾌청하다. (미세먼지가 조금도 없다. 부럽다.)
차장의 안내에 따라 동행들에게 인사를 하고 모스크바 역을 나왔다.
(러시아는 역이름이 도착지 이름을 따서 짓는다.
상크페테부르크는 모스크바 역이고
모스크바는 레닌그라드(상크페테부르크를 혁명 후, 사회주의국가 시절에 이름을 바꿨다)역이다.
마찬가지로 블라디보스톡에서도 모스크바 역이 있다.
상페테부르크 역은 한국의 주상복합 신형 역처럼 역 바로 옆에 큰 백화점이 있다.
역 앞으로 해군성, 에르미따쥬, 성 이삭성당까지 넵스키 대로가 펼쳐진다.
역 광장 앞, 백화점 앞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을 연결하였다.
거지 한명이 다가와 돈을 요구해서 자리를 백화점 안으로 옮겼다.
백화점이라기 보다는 쇼핑몰이었고 거리도 있고 벤치도 있었다.
거지가 따라오다가 경비원의 제지를 받고 물러났다.
익스피디아로 조회해보니 역시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넵스키 대로, 에르미따쥬와 성이삭 성당, 피의 구세주 성당 근처는 매우 비쌌다.
일박에 이천루블까지도...
그런데 3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주말인데도 일박에 800불짜리 침대하나가 떠 있었다.
그래서 2박을 예약 및 결제했다.
모스크바의 복잡한 게하도 찾았던 나이기에 당당하게 호스텔을 찾아갔다.
도착해서 벨을 눌러도,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혹시나 사기 당한것이 아닌가 불안했다.
시간이 열시 조금 넘었을까?
한 노년의 여성이 내가 서있는 철문을 열면서 인사를 한다.
굿모닝... 나도 인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가 **** 호스텔이 맞냐고? (호스텔 이름을 까먹었다)
그녀는 반색을 하면서 예약했냐고 묻는다.
나는 좀 전에 역 앞에서 예약하고 바로 왔다고 말했다.
아주 천천히 기본적인 영어 포현을 하는 그녀가 매우 고마웠다.
그녀는 철물을 열고 내게 먼저 올라 가라고 손짓을 한다.
아하, 나이들 많이 드셨어도 여자는 여자이시구나.
또 그게 매너이구나. 치마를 입은 여성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계단을 올라갈때는 남자가 먼저, 내려갈 때는 여자가 먼저 길을 가는 것이 매너인걸
갑자기 떠올랐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4층까지 올라가니 그녀가 컴퓨터를 켜고
(컴퓨터 모니터가 브라운관의 뚱뚱한 모니터였고, 그녀가 충전을 하기 위해
꺼내 놓은 핸드폰은 폴더 폰이었다. 갑자기 10년전의 문물들이 눈앞에 있다.)
결제까지 마쳤기 때문에 돈이 필요없을 줄 알았는데 거주 확인서 비용으로 200루블을
요구해서 현금으로 치루었다.
또, 사장인지 관리인인지 모르겠지만 리셉션 룸을 운영하는 그녀에게
한국에서 가지고 간 마스크 팩 2장을 선물하였다.
그녀는 매우 고마워했다.
이렇게 조금만 약을 치면 그 즉시 그녀의 친절을 얻어낼 수 있다.
원래는 2층 침대를 예약했었는데 내게 1층을 사용하라고 한다.
1층이 더 좋은게 바로 침대 및에 락커시설이 되어있기 때문에
짐 정리, 보관이 용이하다.
그런데 침대가 조금 지저분했다.
매트리스의 비닐 부분도 조금 누군가의 땀에 찌든 것 같아서 물수건으로 다 닦아내고
제공하는 이불과 베개도 새것을 주지 않았다.
한국에서 만들어간 계피액을 뿌리고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말렸다.
(이 계피액이 꽤 해외에서는 유용하다. 이걸 뿌리면 가렵지 않다.)
간단히 씻고 간편한 짐을 가지고 게하에 나왔다.
이번에는 카드 키가 아니고 비번을 알려주었다.
이곳은 자동키로 비번을 찍으면 문이 열린다고 했다.
길은 나서니 조금 덥기는 했다. 넵스키 대로로 나가는 역 길 건너편에 스시집 간판이 보였다.
매우 시장했고, 가게 앞의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들어가서 모듬 롤하고 메밀국수 두개를 시켰다.
둘다 모두 매우 달았다. 마치 설탕 듬뿍 뿌린 것 처럼... 그래도 오래간만에 쯔유하고
일식을 먹었다. 스시의 생선은 연어밖에 없었다.
러시아 사람들은 생선을 거의 안먹는 것 같다.
자 이제 본격적인 상크페테부르크 여정이 시작된다.
이번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중 가장 기대되는 두가지 중의 하나
하나는 이르크추크와 바이칼 호수
나머지 하나는 상크페테부르크와 에르미따쥬 미술관
이 한장의 사진으로 상크페테부르크(앞으로는 상크라는 약어로 글을 쓰겠다. 매번 이름이 너무 길다 ㅎ)의 아름다움을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이 도시는 17세기말과 18세기 초 표트르 대제가 서진정책을 펴면서 원래는 핀란드의 땅이었는데 전쟁을 통해서 빼앗아
(이 전쟁에 대해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주 추운곳에 물과 뻘이 가득한 동토의 땅을 그냥 버렸다는 설이 강하다.)
수도로 삼은 곳이다.
운하와 다리가 각각 400여개가 넘는 말 그대로 운하의 도시이다.
돌이 워낙 부족한 지역이라서 통행료로 돌을 받아서 도시를 구축했다는 말이 있다.
베네치아와 같이 육로보다 수로가 더 발달한 도시이다.
이 곳을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만들기 위해, 또는 러시아가 그토록 소망하는 항구를 갖기 위해 이곳 핀랜드 만을
수도로 이용하려 했는데... 겨울에는 항구가 언다고 한다. ㅎ
정말 아름다운 도시이다.
우리나라의 전주 한옥마을과 수원의 화성행궁 수준이 아니다.
어쩜 이렇게 보존이 잘 되어있고 아름다운지....
이 도시만 보고가도 비행기 값은 뽑는다는 말이 있다.
곳 곳에 앵글를 잡고 셧터만 눌러도 예술 작품, 문화재가 된다.
솔직히 화성행궁의 유네스코 등재보다 규모나 내용이 압도적이다.
(상크도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도스토엽프스키 기념관을 먼저 가기로 했다.
톨스토이 만큼 도스토예프스키도 좋아했지만 그리 큰 느낌은 없는 것 같다.
그저 겨우 구색만 마춰져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그런가?
그의 스토리도 매우 매력적이다.
젊은 시절 딜레땅트의 인생에 고민하다가 급진적인 사회운동에 빠져 시베리아 유형까지 갔으나
거기서 간수 책임자의 딸인 안나를 만나,
그녀가 그의 글을 보고 큰 인물임을 발견하여 사면 받게 한 다음
그의 글을 출판하여 그를 대 문호의 반열로 올려놓았다는 이야기...
역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하고 그녀의 안목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이야기
출판인들에게서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톨스토이 기념관보다 가족에 대한 자료나 물건들이 너무 없다.
숙소에서 십분 거리도 안되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던 것이고,
두번째 목적지인 표르트대제의 여름궁전을 향했다.
상크는 모스크바 처럼 교통이 잘 발달되어있지만 (메트로, 버스, 트램) 예지느이가 없다.
즉, 환승을 포함하여 모든 요금을 내야한다.
작은 버스에도 차장이 있어 돈을 주고 영수증을 준다.
또, 매우 유명한 관광지이기에 한눈에 보기에도, 또 시민들의 애티튜드에도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장사꾼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사기꾼, 소매치기도 많다고 한다.
외국인에게 눈탱이 치는 일이 많고 나도 두세번 당했다.
여름 궁전 가기전에 호반에 있는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의 전경.
(페트로- 베드로 파블롭 - 바오로 ㅎ)
요새, 군대 주둔지라고 하기에 너무 아름답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여름 궁전
멀리 보이는 것이 핀란드 만이다.
이 곳의 역사적 의의나 각종 스토리 등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그 감흥을 떨어트릴것 같다.
유럽식 궁의 모습은 이렇겠구나를 연상 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화려하다.
프랑스의 베르샤이유 궁전을 본 떠 만들었다고 한다.
세시간 정도의 여름궁전 관광을 하고 시내로 들어가니 네댓시 정도 되었다.
넵스키 대로 중심을 관통하는 해군성, 성이삭 성당, 카잔성당까지 숨가쁘게
돌아다녔다.
에르미따쥬 박물관 앞 광장
정말 빡센 하루 일정이었다.
(상크의 4대 성당 이야기와 에르미따쥬는 이후에 별도의 챕터로 독립시켜 글을 쓰고자 한다.
너무 엄청나고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좀 쉴겸 시티 버스 투어를 신청하였다.
카잔 성당 앞에서 1100루블이면 A코스와 B코스 두군데를 약 두시간 동안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거 꽤 괜찮다. 상크의 유명한 곳들을 미리 다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어 지원도 된다. A코스는 확실히 되고 B코스는 영어로 밖에 들을 수 없다.
그 영어도 네이티브 스피커의 영어가 아니어서 쉽게 들린다.
모스크바 역부터 해군성, 성이삭성당, 에르미따쥬까지 직선 거리가 3키로 정도 밖에 안된다.
자전거가 있다면 매우 좋을 여행지 이다. (근데 인도, 차도 매우 복잡하다)
모스크바에서도 그렇지만 여행 전에 미리 버스 투어로 가야 할 곳과 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매우 좋다.
이제 밤이다.
저녁을 러시아 여행 까페에서 번개로 만난 한국인 청년과 케밥과 맥주로 간단히 먹고 헤어지고나서
그 까페 러사모의 여행 후기 "상트 나이트보트"를 보고 모스크바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살려
택시를 타고 카페에 작성된 장소로 12시 넘어서 이동하니
어라 강변에는 온통 러시아 얼라들...
아차차 오늘이 토요일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젊음은 아름답고 휩쓸리는것
그래 그 좋은 날들을 맘껏 즐기렴
까페의 글 대로 혹시나 늦을까, 12시 30분 즈음에 도착하다보니 긴가민가 했다.
혹시나 마지막 운행 종료해서 강변에서 다시 택시타고 숙소 와야하는것이 아닌가도 생각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아홉시가 막배였는데
여기 상트는 밤12시 50분 막배이고
여기 선착장 말고 다른데서도 수백척이 강으로 쏟아진다.
운하의 도시라는 말이 실감났다.
한 낮에 길 막히는 교통체증과 인도에 엄청난 사람들이 있었지만
밤의 상크는 모스크바와는 또다른 아름다움이 있다
낮에의 모습과는 또다르다.
확실히...
이건 처음부터 물의 도시였던 양 새벽 두시가 넘도록 엄청난 인파가 강변, 겨울 궁전, 에미니타지 광장, 이삭성당. 광장, 넵스키 대로에 널려있다.
더우기 아름답기까지 하다
거리가
사람들이
젊은이들이
이 모습은 새색시의 여러 모습을 알아가는 새신랑의 설렘이랄까?
참으로 여러 모습을 상트는 보여준다.
낮에는 엄청난 성당의 이콘들로 내 영육을 감동시켰다면
밤에는 빛과 어둠, 사람과 물로 나를 물들게 한다.
그런데 좀 춥다.
8월의 한여름인데도, 패딩까지 꺼내입었어도 매우 춥다.
나이트보트를 타러 가기 전에는 두꺼운 옷 필수이다.
배에 내리니 주변에는 온통 택시 기사들이 자신의 택시를 타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한번 당하지 두번 당할까? 이르크츠크에서의 나쁜 기억도 있고 해서
그들을 뿌리치고 성이삭 성당까지 나가서 GETT(구글 맵에 연동되어 있는 우버 같은 택시 앱)로
호스텔 복귀 신청을 하니 꼴랑 400루블 나왔다.
호스텔에 돌아와 씻고 약간 시장했지만
내일 에르미따쥬 미술관에서 만날,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