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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오늘 저녁이면 상크를 떠나 내일 오후 4시 모스크바 세레예보 공항으로 가서
인천으로 가는 대한한공 직항을 타야한다.
모든 일정을 그 항공편에 마췄기 때문이다.
여행 시작 이주일 전부터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고르고 골랐던 항공편이다.
모스크바 - 인천 58만원짜리 편도
아무리 경유를 해도 8-90만원 정도 항공료 (왕복의 경우는 110만원 정도)가 나오는데
누군가가 취소한듯, 잘 잡은 것 같다.
그렇다면 호스텔도 퇴실해야 하고,
모스크바 역에가서 큰 배낭을 맡겨두고 밤 12시 30분 모스크바로 출발할 때까지
최대한 상크에서 즐겨야 한다.
내가 상크에서 제일 즐거웠던 일은 역시 에르미따쥬
중국인에게 치이지 않으려면 서둘러야한다.
관리인은 10시나 되야 출근하기 때문에 8시 반에 호스텔을 나서면서 간단한 메모와
작은 선물도 남겨두고 왔다.
서울서 사왔던 블루투스 셀카봉을 남겨두고 왔다.
상크에서 3일동안 잘 지냈기에 고마웠다.
특히 어제의 경우 짜파게티 끓여먹었는데 그 냄새를 참아주었기에....
아침 일찍의 상크 거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활기로 가득차 있었다.
모스크바 역에서 티켓을 교환하고 짐보관소에 짐을 맡기는데 작은 사건이 발생했다.
모스크바로 가는 기차시간이 많이 남아 짐보관소에 가서 짐을 맡기는데
이 어린 핏댕이 같은 놈(기껏해야 스물 남짓)이 내짐을 보더니 짐이 두개라고 600루블을 내라한다.
300 루블이 정가인데...
왜 600이나했더니 배낭에 매달려있는 구두가 담겨있는 비닐봉투가 또하나의 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봉투를 뗴고 500루블 지페를 주고 한개의 짐만 보관하겠다하니까 분명 영어로 OK하며 수속을 밟았다.
내 배낭위에 택을 붙이고 뒤로 밀어넣은 다음, 다른 사람의 짐을 받는것이다.
그래서 소리쳤다.
헤이 너 왜 내게 잔돈과 영수증을 주지 않냐 영어로 큰소리로 외치니까 모르는체하더라
그래서 구글 번역기를 꺼내 번역해서는 제일 큰 소리로 틀었다.
내게 잔돈과 영수증을 달라.
삼천사백원 즈음되는 돈인데... 외국인을 호구로 보고 모른체하려는 것이다.
잠시 역내가 조용할 때라서 주변 사람들 모두 듣고 보안, 역 직원들도 내쪽을 돌아보니
그 핏댕이 얼굴 빨개지면서 이백루블 지폐 두장과 영수증을 주었다.
러시아 애들 관광객 특히 아시아 계 한국과 중국을 무시한다.
틈만 나면 눈탱이 치려한다.
내국인과 가격이 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념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마트로시카의 경우도 우리나라 돈으로 몇만원에서 몇천원짜리까지 천차만별이다.
계란 같이 생긴 금속 공예품이나 은으로 만든 성모상들도 많이 보이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또 택시 기사들은 하도 심해, 아에 얀덱스나 막심, 우버 , GETT 아니면 안타게 된다.
역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또다시 에르미따쥬를 갔다.
내가 원래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지는 않은데 이 도시에서 에르미따쥬 만큼의
감동을 줄 그 어떤 것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삼일 연속으로 찾아가는 에르미따쥬
램브란트, 루벤스 관을 넘어 한 층 더 위로 가니 현대 미술가들 모네와 피카소 작품도
전시되어있다.
(그래도 램브란트나 루벤스에게서 받은 감동만큼은 잊을 수 없다)
피카소
이런 명작들을 꼴랑 오디오 가이드 포함해서 이만오천원도 안되는 돈으로 하루 종일 감상 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 아닐수 없다.
역시 폐관 시간이 다되었기 때문에 서둘러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성이삭 성당의 외곽을 둘러보고
공짜인 카잔 성당안에 들어가서 간단히 기도를 했으며
(이번 여행 마지막 까지 무사히 집에 도착하기를 기원하고,
받은 감동에 대해 감사드렸다)
어두워지는 저녁, 엄청난 인파를 뚫고 피의 구세주 성당까지 도착했다.
너무 배가 고파서 피의 구세주 성당 앞에서 핫도그 하나 먹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눈과 가슴에 상크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애썻다.
어두워진 넵스키 대로를 천천히 걸어 모스크바 역에 도착했다.
짐 보관소에서 배낭을 찾고 개찰구에 들어가 심야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제 그 기차를 타고 상크를 떠나 모스크바로 향하게 된다.
이제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