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다시 3박 4일의 기차 여행이다. 이제 5분의 2 여정이 끝났을 뿐이다. 이번 기차는 이전 기차보다 신형이고 자리도 좋고해서 매우 쾌적하게 여행을 하였다. 또 좋은 자리인 만큼 젊고 스마트 한 젊은이들이 아랫 침대에 있었다. 한국인 여성 여행객도 두칸 옆에 일층 침대를 쓰고 있었다. 근데 혼자서 여행을 한다고 한다. 회사원이고 30대 초반이고 회사에 휴가에 연월차 써서 9일간 휴가를 냈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톡서부터 모스크바까지 7일간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한 다음, 모스크바에서 일박, 그 후 모스크바 아웃, 서울 인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헐. 기차에서 일주일 꼬박? 아마 허리가 아플 것이라고 또 심심할테니 내가 노트북과 반지의 제왕 전 시리즈 외장 하드에 담아온것 필요하면 빌려주겠다고 했다...

이번 챕터는 가장 빈약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다. 어제 바이칼 호수에 떠다녔던 엄청난 경험을 한 다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내게는 매우 중요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더 묶느냐 마느냐는 것이다. 자유여행의 일정이 급하지 않고, 니키타 하우스에 더 가보고, 더 알고 싶고, 나스타샤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조식으로 커피와 삶은 달걀, 빵과 버터, 잼을 먹으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느냐 스프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스프에 빵 찍어 먹는 모습을 보고 한 접시의 크림 스프를 숭늉 마시듯 한그릇 다 비웠다. 대전 청년이 배낭을 메고 식당에 들어와서 형님 이르크추크 안가세요? 라고 묻는다. 아차, 대전 친구는 오늘 이르크추크에서 한국행 저녁 비행기 타지... 부천의 교환학생도 뒤따라 들어..

새벽 두시 넘어까지 음주를 했는데도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떠졌다. 전날 이르크추크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락커에 큰 배낭을 넣어두고 잠근 다음, 간단한 복장과 물등을 담은 작은 배낭을 챙겼다. 피켈까지 들고 식당에 가니까 많은 사람들이 북부투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국물 떡볶이에 맥주, 보드카 음주를 해서 그런지 아침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커피 보다는 차가 좋을 것 같아서 어제 공짜로 얻은 티백을 뜨거운 물로 우려내 홀짝였다. 버스가 늦는다. 아홉시가 다되었는데도 오지 않는다. 분명 8시에 버스 온다고 했는데... 이 러시아 인포하우스의 직원이 뻥쟁이인지 워낙 시간관념이 없는건지.... 9시가 다될 무렵 어제의 대전 청년이 들어온다. 자신도 북부투어 신청..